자메이카의 세인트 앤드루에서 태어나 현재 뉴욕에서 거주하며 작업하고 있는 나리 워드는 명성 높은 예술가로서 그의 경력을 30년 넘게 이어나가고 있다. 다양한 매체와 분야를 오가는 그의 창작 과정은 인종, 이민, 민주주의, 정체성, 그리고 공동체와 같은 주제를 다루며 역사와 동시대의 담론을 형성해내고 있다. 몇 년 동안 할렘에 머무르면서 수집한 재료로 구현해 낸 그의 조소 작업은 벽 또는 바닥에 설치되어 워드의 작품세계를 대표하고 있는데, 특히 워드가 재발견한 사물은 그의 작업에 친밀감을 불어넣으며 집단이 공유하는 경험을 상기시킨다. 재료를 결합하고 재해석한 워드의 아상블라주는 사물의 의미를 문학적이고 은유적으로 병치하여 영적, 그리고 개념적인 주제를 탐색한다.
이처럼 고유한 사물을 통해 모호한 개념을 이야기하는 워드의 다중매체, 그리고 퍼포먼스 작업은 재료와 동작, 그리고 기표 간의 체계를 재정립하여 작품의 무궁무진한 해석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야구 방망이, 유모차, 신발 끈, 계산대, 병, 그리고 쇼핑 카트처럼 각각의 사물은 여러 겹의 의미와 역사를 내포하여 개인적이지만 집단적인 기억을 동시에 어루만지고 있다. 일상에서 접하는 물건을 회화, 조소, 그리고 퍼포먼스처럼 고전적인 기법으로 풀어내어 독창적인 조화와 질서를 꾀하는 워드는 관객으로 하여금 특정한 맥락에서 벗어나 스스로 작품을 해석하도록 독려한다. 또한, 동시대 사회의 표상으로서 그의 작업은 쉽게 지나친 사물들을 다시 찾아내어 소외된 개개인과 잊힌 역사를 조명한다.
도발적인 언어로 깊은 인상을 남긴 설치 작업 「Amazing Grace」(1993)에서 작가는 1990년대 초반 흑인 공동체에 닥친 에이즈 위기와 약물 중독을 다룬다. 300대가 넘게 버려진 유모차는 소방 호스와 함께 설치되어 인간 실존에 관한 이중성을 관객에게 드러낸다. 상실, 이주, 그리고 회복을 도모하는 과정을 고스란히 담아낸 기념비로서 <Amazing Grace>는 오늘날에도 시의적이며, 유효하다. 비슷하게 <Still Lives with Step Ladders>(1993)는 거리에 조성된 추모 현장을 묘사하여 애도 공동체에 경의를 표한다. 시멘트로 메워지고 검정 천으로 뒤덮여 침울한 분위기를 띠는 병, 우유갑, 양초, 서류 가방, 그리고 사다리와 같은 도시 폐기물이 설치 작업 전체를 구성하고 있다. 양초는 삶과 죽음, 그리고 재탄생의 순환을 상징하는 콩고 천체도로 배열되어 사유와 경외의 장을 마련한다. 이처럼 워드는 기념이라는 행위와 공유공간에 관한 그의 생각을 작업에 지속해서 반영하고 있다. 보도블록의 형태를 따라 만들어진 <Peace Walk>(2022~2024) 연작의 대형 구리 패널은 거리의 역사를 내포하는 사물의 흔적을 그린다. 꽃다발, 양초, 그리고 술병처럼 거리 추모 현장에서 종종 나타나는 사물의 형태를 따라 녹청을 바른 이 연작의 제목은 불의에 맞서 함께 행진하는 사람들을 가리킨 시위 용어에서 유래한다. 신발 끈으로 제작한 텍스트 기반 작업 <We the People>(2011) 역시 변혁을 일으키는 예술품의 능동적 성격과 제목이 공명하고 있다. 예술가로서의 오랜 경력과 더불어 30년 넘는 시간 동안 제작된 워드의 설치 작업은 집단기억과 공동체의 회복을 기원하는 매 순간 역사의 장으로 거듭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