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 함께하는 오프닝 리셉션: 11월 6일 목요일 오후 5-7시
리만머핀은 로스앤젤레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 래리 피트먼의 서울에서 열리는 두 번째 개인전 《카프리초스와 야상곡(Caprichos and Nocturnes)》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광양 전남도립미술관의 《래리 피트먼: 거울&은유》(2025)와 중국 상하이 롱 뮤지엄의 《매직 리얼리즘(Magic Realism)》(2024)에 이어 개최된다. 앞서 열린 두 회고전이 로셸 스타이너(Rochelle Steiner)의 기획 아래 피트먼의 지난 10여 년간의 작업 궤적을 조망했다면, 이번 전시는 작가가 2015년에 제작한 〈야상곡(Nocturne)〉과 〈카프리초스(Caprichos)〉 연작에 초점을 맞춘다. 두 연작은 상징적 텍스트와 미술사적 참조를 공유하며, 문학, 역사, 공예, 그리고 장식 미술을 정교한 구성으로 직조하는 피트먼 특유의 시각 언어를 드러낸다.
래리 피트먼은 종, 알, 밧줄과 같은 기호와 상징으로 이루어진 독특한 조형 어휘와 더불어 밀도 높게 짜인 회화 작업으로 알려져 있다. 작가는 타고난 역량으로 각각의 요소를 넓은 화면에 채워 넣는 동시에 균일한 공간감과 무게감을 부여한다. 〈카프리초스〉 연작에서는 폭력과 부정 부패, 그리고 유토피아적 환상이 뒤섞인 이미지를 통해 스페인의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Francisco Goya, 1764~1828)와 미국의 시인 에밀리 디킨슨(Emily Dickinson, 1830~1886)의 예술 세계를 인용한다. 한편 〈야상곡〉 연작은 음악에서의 야상곡 형식을 회화로 번안하여 밤의 신비로움을 탐구한다. 두 연작은 폭력과 아름다움, 환상과 현실 사이의 복합적 관계를 탐색하는 서사를 구축해 낸다.
〈야상곡〉 연작은 음악적 형식을 시각적으로 풀어낸 작업으로, 밤이라는 주제를 낭만적이고 몽환적인 이미지로 그려낸다. 별빛이 점점이 흩뿌려진 어두운 평면 위에 피트먼은 알과 하이브리드 로봇 생명체의 모티프를 반복적으로 중첩시키며, 고대적이면서도 미래적인 장면을 동시에 환기한다. 자줏빛, 짙은 노랑, 녹색, 갈색으로 제한된 절제된 색조는 고요하지만 강렬한 긴장감을 자아내며, 반복되는 알 모티브는 재생의 상징으로 작용한다. 오랫동안 작가가 이어온 ‘공백 공포 (horror vacui)’적 화면 구성에서 벗어나 일종의 시각적 여유를 허용하며, 작품 안에 호흡의 공간을 만들어낸다. 〈야상곡 #9〉(2015)에서는 정교한 문양의 흰색 인물이 거꾸로 우주에 떠 있으며, 주위를 감도는 빛의 구와 안개 낀 은하수 같은 형태가 검은 배경 위에서 빛난다. 그를 감싸는 기하학적 선과 패턴은 인간과 기계가 결합된 듯한 형상을 만들고, 거미줄 같은 실과 밝은 후광은 부유하는 듯한 무중력감과 신비로운 고요를 전한다. 피트먼은 명료함과 모호함의 경계로서의 밤을 탐구하며, 혼돈 속에서도 치밀한 구조적 질서를 유지하는 우주적 균형을 제시한다.
반면 〈카프리초스〉 연작은 보다 어둡고 사색적인 정조를 띠며, 폭력과 부패, 그리고 유토피아적 환상을 병치함으로써 문화적·역사적으로 전이되는 트라우마와 권력의 구조를 탐구한다. 피트먼은 인간 본성의 잔혹함과 억압적 사회 질서를 고발한 프란시스코 고야의 18세기 말 동판화 연작 《로스 카프리초스(Los Caprichos)》에 오마주를 표한다. 동시에 신체, 고통, 죽음을 다룬 에밀리 디킨슨의 시구를 화면 속에 인용하며, 두 예술가의 세계를 회화적으로 결합한다. 청교도적 금욕주의가 짙게 배어 있는 디킨슨의 감수성과 스페인 화가 고야의 비판적 시선이 교차하는 이 시각적 병치는, 가톨릭 콜롬비아인 어머니와 무신론자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성장한 피트먼 자신의 복합적 문화 정체성을 반영하기도 한다.
〈카프리초스 #8〉(2015)에서는 번개 모양의 절단선, 파편화된 인물, 작은 별빛이 뒤섞인 밤하늘, 도미노 패와 각진 가면 같은 얼굴, 뒤틀린 신체가 짙은 파랑, 노랑, 초록의 폭발적인 색조 속에서 부상한다. 특히, 미국 남북전쟁의 참상을 다룬 디킨슨의 시 〈They Dropped Like Flakes〉(1862)의 시 구절이 손글씨로 화면의 테두리를 따라 흐르며, 시적 울림과 묵시록적 긴장감을 더한다.
피트먼은 이 두 연작을 통해 상징, 문학적 인용, 미술사적 참조를 정교하게 결합하여 구조와 감정의 균형을 이루는 회화를 제시한다. ‘야상곡’을 밤과 재생에 대한 사유로 전환하고, 고야의 《카프리초스》를 디킨슨의 죽음에 대한 시적 성찰과 결합함으로써, 그는 회화를 역사와 상상, 그리고 현재가 교차하는 사유의 공간으로 확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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