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귀미
《다시 햇살은 비추니까》
리만머핀 뉴욕
2026년 6월 11일 - 8월 14일
리만머핀은 한국 기반의 유귀미의 신작 회화 개인전 《다시 햇살은 비추니까》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조용하지만 분명한 울림을 지닌 몸짓, ‘다시 시작하는 행위’에 주의를 기울인다. 일정 기간의 공백기를 거친 뒤 창작을 다시 시작하는 이들에게 바치는 헌사로 기획된 이번 전시는 명료함과 회복 그리고 희망을 상징하는 햇살의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일정한 공백의 시간을 지나 다시 창작으로 돌아오는 이들에게 건네는 헌사처럼 이번 전시는 회복 그리고 희망을 품은 햇살의 이미지를 거듭 불러내며 조용히 번져간다. 어둠이 눈앞을 가려 우리를 불안하게 만든다면, 아침은 이를 부드럽게 바로잡는 역할을 한다. 빛이 스며드는 순간, 흐릿해졌던 형상은 다시 또렷해지고 이어질 수 있는 시간 또한 서서히 되살아난다. 작가의 작업은 이처럼 어둠에서 빛으로 건너가는 찰나, 그 미세한 이행의 감각 속에서 형성된다. 이번 전시는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작가의 첫 주요 개인전으로, 다시 시작하는 마음이 빛처럼 번져가는 장면을 조용히 펼쳐 보인다.
전시의 중심에는 회귀를 사유하는 〈다시 그림〉이 있다. 작가는 가까운 친구들의 삶에서 그 실마리를 길어 올린다. 오랜 시간 돌봄과 가정에 집중한 뒤, 다시 자신의 예술적 실천으로 되돌아오는 여성들. 한때 미술학교에서의 시간에 깊이 몰입했었던 이들은, 시간이 흐르고 삶의 책임이 겹겹이 쌓이며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그리고 이제 일상의 잔잔한 틈 사이에서 다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자리를 스스로 마련해 간다. 방 한켠의 작은 자리, 바닥의 한 구석,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난 뒤 찾아오는 고요한 아침까지, 그 모든 시간과 장소는 서서히 회복의 장으로 변해간다. 화면 위에는 친구들이 실제로 그린 그림들이 조용히 스며드는데, 이는 서로의 대화를 거쳐 각자가 가장 깊이 닿아 있다고 느낀 이미지들이다. 싱크대 앞에 선 여성, 고독 속에 잠긴 인물, 풍경과 순간의 몸짓을 품은 장면들은 작가의 회화 안에서 겹치고 스치며 하나의 결을 이룬다. 이미지가 포개지고 번지는 가운데 작가의 역할은 자연스럽게 나뉘고, 또 다른 방식으로 확장된다. 각각의 장면은 조용하지만 단단한 연대의 장을 이루어 서로를 지탱하며 지지한다.
작가의 사유는 〈침묵의 형태〉과 〈햇살이 스미게〉에 이르러, 작가가 도예를 처음 마주하던 시간 속에서 더욱 깊어지고 넓어진다. 햇살이 고요히 스며드는 작업실에서의 시간은 또 다른 서사를 불러온다. 도자는 물레 위에서 형태를 만들고, 유약을 입고, 불을 지나 비로소 모습을 드러내기까지 보이지 않는 시간을 견딘다. 그 모든 과정에는 늘 어긋날 수 있는 우연과 미세한 변수가 깃들어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작가는 점토를 빚는 손끝의 감각과 ‘다시 시작’이라는 마음의 결 사이에서 은은한 공명을 듣는다. 끊임없이 돌면서도 끝을 미리 약속하지 않는 물레는 결과가 아닌 과정에 기대어 살아가는 시간을 조용히 비춘다. 스펙터클과 즉각적인 반응이 지배하는 오늘의 현실 속에서, 작가의 작업은 느림과 세심한 주의, 그리고 한 걸음 물러선 시선을 오래 붙든다. 그의 이미지는 극적인 이야기나 뚜렷한 결말 대신 머무르며 생각하고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기를 권한다. 그렇게 절제된 태도는 감응과 내면, 그리고 ‘본다’는 행위가 지닌 윤리에 대한 동시대의 사유 속에 그의 작업을 위치시킨다.
이러한 감수성은 개인의 기억에서 스며나와 풍경으로 번져간다. 안개처럼 내려앉은 배경 속에서 희미한 형태와 기운은 서로를 적시듯 스며들고, 풍경은 어느새 심리와 감정의 결을 따라 굽이치는 내면의 지형으로 바뀐다. 〈보랏빛 안개〉에서 연보라빛 연기에 감싸인 공원 한가운데, 한 여성은 담배를 피운 채 멈춰 서 있다. 은은한 식물의 그림자와 경고 표지판에 둘러싸인 그는 이를 아랑곳하지 않고 정원 안으로 걸음을 옮긴다. 공중에 피어오르는 연기와 물기 머금은 나무, 흐릿하게 번지는 공기는 인물과 배경의 경계를 서서히 지우며, 그리움과 소외, 이름 붙이기 어려운 감정들이 만들어낸 내면의 방황을 은근하게 드러낸다. 그럼에도 어둠과 모호함 속에는 여전히 명료함과 회복의 가능성이 잠재해 있다. 이는 어둠 속에서 빛과 희망이 맞부딪히며 만들어내는 미묘한 긴장으로, 작가의 작업 전반을 관통하는 반복의 구조이기도 하다. 금세 풍경에 스며들 듯한 인물은 고립과 출현 사이, 불확실한 상황과 조용히 견디는 시간의 사이에 머문다. 작가의 시선은 환기와 여백을 중시하는 동양화의 전통과 낭만주의, 초현실주의로 이어지는 서구의 계보를 교차시키며, 풍경을 단순한 도피의 장이 아닌 기억과 주체성, 그리고 세계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더듬어 확인하는 사유의 장으로 제시한다.
본 전시는 서로 얽힌 서사들을 하나로 엮어 시간과 회복탄력성, 그리고 다시 시작하기 위해 불어넣은 미약한 용기에 대한 사유를 불러일으키며, 여기서 회화는 단순한 생산적 행위를 넘어 빛이 모이고 형태가 서서히 드러나며 희망이 감지되는 ‘귀환의 공간’으로 기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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