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만머핀 서울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니콜라스 슬로보의 한국 최초 개인전을 개최한다. 정체성에 대한 복잡한 이슈를 다루는 개념적인 작업을 하는 작가는 본 전시에서 리본, 가죽, 나무, 고무 등 그가 주로 사용하는 특징적인 재료들로 제작한 신작 및 근작 회화와 조각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는 구리 파이프를 이용해 만든 신작 조각 <Dyumpu(Slpash)>(2019)가 포함되는데, 이는 현재 미국 SCAD 미술관 개인전에서 전시중인 조각 작품들과 그 맥락을 같이한다. 작가가 참석하는 이번 전시의 오프닝 리셉션은 3월 21일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리만머핀 서울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슬로보 작업의 핵심은 젠더, 성적 정체성, 민족성과 관련된 고정관념 외에 존재하는 특성을 규명하여 자신의 정체성을 탐구하는 것이다. 정체성을 둘러싸고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제한적인 용어들에 저항하기 위해 작가는 그의 민족적, 문화적 배경과 관련된 시각적 비유를 사용하는 한편, 기표에 내재된 변이적이고 주관적인 특징에 의문을 제기한다. 언어와 스토리는 슬로보의 작업에서 형식적이고 개념적인 역할을 한다. 남아공에서 가장 큰 원주민 공동체 중 하나인 코사(Xhosa)족의 후손으로서 슬로보는 작품의 제목을 코사어로 짓고, 제목과 연관된 창작의 경험에 대한 개인적인 이야기를 섬세하게 작품에 담는다. 작가가 코사어로 작품의 제목을 정하는 것은 그의 작업을 묘사하는데 사용되는 ‘남아프리카’라는 포괄적인 용어에 대한 도전이자, 그의 문화적 정체성에 힘을 부여하는 행위이며, 나아가 작품의 다층적인 의미를 찾는 문화적 해석의 행위에 관객을 끌어들이는 하나의 계획이다.
2018년 발표한 회화작품 <Isingxobo(sack)>에서 보이듯이, 작가는 종종 여성성을 상징하는 리본, 남성성을 상징하는 가죽 등 특정 재료에 내재된 연관성을 활용하여 서로 상반되는 두 가지 재료를 뒤섞어 작품에 보다 포괄적이고 다각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리본 스티치의 우아한 곡선과 아라베스크 문양은 브론즈, 구리 및 금관악기를 주조하여 만든 조각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그의 회화와 조각 작업에서 특정한 재료를 변형시키는 행위는 그의 작품에 필수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다. 본래의 재료를 보다 큰 미학적인 형태로 변형시키는 것은 정체성의 유동적인 본질과 구성에 대한 은유이자, 이 자체를 재창조하는 행위를 상징한다. 작가는 출생, 삶, 그리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삶의 순환을 시각적인 하나의 오브제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을 다양한 방법으로 일관되게 탐구해왔는데, 그의 이러한 고민은 작가의 커리어에 나타나는 하나의 패턴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