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만머핀은 게스트 큐레이터 엄태근의 기획 아래, 한국과 미국에서 활동해온 저명한 추상화가 4인의 전시 《네모:Nemo》를 소개한다. 참여작가는 맥아서 비니언, 스탠리 휘트니, 윤형근, 정상화로, 이들은 1970년대부터 격변의 시대를 살아오며 각자의 방식으로 추상회화를 깊이 있게 탐구해왔다. 네 명의 작가는 서로 다른 문화권과 시대적 배경을 지녔지만, 그들의 작업은 공통적으로 형식에 대한 치열한 고민, 정체성에 대한 질문, 사회적 기억에 대한 성찰이 작업 전반에 스며 있다. 이번 전시는 이들의 추상이 단지 ‘형식적인’ 것이 아니라, 존재의 흔적이자 시대의 증언으로 기능하며, 추상이 감정과 기억의 매개체가 될 수 있음을 제시한다.
전시 제목 ‘네모(Nemo)’는 사각형을 뜻하는 순우리말 ‘네모’에서 출발했으며, 동시에 라틴어로 ‘아무것도 아닌(Nemo)’, ‘누구도 아닌’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처럼 ‘네모’는 단순한 기하학적 형태를 넘어 정체성과 서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상징으로 기능한다. 전시에 소개되는 회화 속 ‘네모’ 형상들은 반복되며, 격자무늬(그리드)를 이루거나 하나의 독립적인 형태로 남아 각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네 점을 선으로 잇는 단순한 도형인 ‘네모’는 평면적인 상징을 넘어서, 작가들에게는 추상이라는 보편성을 시각화하는 하나의 수단이자 도구로 기능한다. 이번 전시 《네모:Nemo》는 작가의 사적인 서사를 넘어, 그 누구의 것도 아닌 사회적인 기억에 대한 공감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본 전시는 단순한 도형에서 시작된 추상적 탐구가, 개인의 이야기, 시대의 기억, 사회적 맥락과 시각 언어로 확장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작가들의 개인적인 언어와 사회적인 배경이 교차하는 지점에 주목한다. ‘네모’는 단순히 도형이 아니다. 그것은 반복과 겹침을 통한 저항이기도 하며, 균열을 품은 침묵이며, 그 틈 사이에서 피어오르는 고백이기도 하다. 작가들은 개인의 삶과 사회적 조건, 언어로 환원될 수 없는 감각적 경험을 사각형이라는 형식에 담아내며, 추상이라는 형식을 통해 사회적 기억에 대한 공감의 가능성을 제안한다.
네 개의 점이 선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형체가 이루듯, 각각의 ‘네모’, 그리고 개별적인 작품들은 하나의 구조를 이루며 보편적인 감정과 이름 없는 기억들을 환기시킨다. 이는 그 누구의 것도 아니면서, 동시에 모두의 것이 될 수 있는 추상의 언어이고, 관람자 각자가 그것과 마주하는 순간, 개개인의 기억과 감정으로 연결되는 새로운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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