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만머핀 서울은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하는 미국 작가 제니퍼 스타인캠프(b. 1958, Jennifer Steinkamp)의 개인전 《Souls》를 개최하며, 세 점의 영상설치 작업을 소개한다. 3D 애니메이션 분야의 개척자인 제니퍼 스타인캠프는 움직이는 유기체 혹은 추상적 형태를 최신 기술을 이용해 렌더링하는 디지털 미디어를 전문적으로 작업하는 작가로, 자연 환경의 드러나지 않은 복잡성에 대해 깊은 통찰력을 보여준다. 작가의 몰입감있는 설치작업은 작품이 설치되는 건축의 내부 공간에 맞추어 큰 크기로 프로젝션된다. 각 작업은 관람자들이 갤러리에서 겪을 수 있는 전형적인 경험을 바꾸고, 시공간에 대한 보다 깊이있는 이해를 할 수 있도록 한다.
전시작 <보이지 않는 눈 4(Blind Eye 4)>(2019)은 미국 메사추세츠 주 윌리엄스타운에 위치한 클라크 아트 인스티튜트(2018년 제니퍼 스타인캠프의 주요 개인전이 열렸던 곳) 주변의 자연 환경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제작한 그래픽 영상 작업 중 하나로, 울창한 자작나무 숲을 정면으로 마주한 장면을 묘사한다. 이 작품의 제목은 작품 속 나무의 흰 껍질 중간중간 박혀있는 검은 점들을 가리키는데, 이 점들은 공허하게 응시하는 눈동자를 닮았다. 나무들이 (때때로 꽤 거칠게) 흔들릴 때마다 잎사귀들은 부드러운 비처럼 흩날린다. 그러나 스타인캠프 작품의 특징이 그러하듯, 이 과정은 시작 혹은 끝이 없이 지속된다. 계절의 변화에 대한 암시가 뚜렷함에도 불구하고, <보이지 않는 눈 4>는 이 선형적 내러티브의 바깥쪽에 위치한다. 시간적 맥락에서 벗어난 순간인 것이다.
이 전시에 소개되는 또 다른 작품은 작가의 신작 <태고의, 1 (Primordial, 1)>(2020) 이다. 이는 공생과 더불어 지구 생명의 초기를 묘사하는 수중 애니메이션 설치 작품이다. 본 작품에서 스타인캠프는 작은 생물들과 식물들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며, 산소 방울이 위로 상승하는 생명력 넘치는 수중 생태계에 대한 자신의 상상력을 드러낸다. 배경에 보이는 번뜩이는 빛의 섬광과 자연 환경을 통해 삶과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기념하는 시적인 춤에서 움직이고 충돌하는 생명체의 형태는 더욱 생동감을 얻는다. 세 번째 작품 <데이지 체인 트위스트, 톨(Daisy Chain Twist, tall)>(2004)은 부드러운 바람에 간드러지듯 움직이는 엮인 꽃들이 걸려있는 화환(갈랜드)을 보여준다. 데이지꽃으로 만들어진 장막은 꽃의 에너지로 꿈틀거리고 비트는 섬세한 연출을 통해 관람자의 시선을 붙든다.
본 전시 《Souls》는 자연 환경을 가까이에서, 마치 현미경으로 본 듯 자세히 볼 수 있는 휴식처를 제공함과 동시에 스타인캠프 작업의 폭넓음과 그 열정을 제시한다. 전시작들은 그녀가 디지털 애니메이션 분야의 대표 작가로서, 그리고 색, 질감, 움직임을 포함한 이미지를 온전히 디지털 방식으로 구성하는 실험을 진행한 선구자로서 가지고 있는 중요한 역사적 위치를 강조한다. 스타인캠프는 익숙하면서도 완전히 독특한 사이클로 자연의 변화를 시뮬레이션함으로써 미래를 낙관적으로 바라보면서 과거의 표현 방식에 뿌리를 두고 있는 인공 생명체의 묘한 인상을 상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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