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만머핀 서울은 헬렌 파시지안(Helen Pashgian)과 김택상의 작품을 함께 선보이는 전시 《Reflections and Refractions》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 두 작가는 빛과 공간, 감각적 몰입이 지닌 보편적 가능성을 탐구한다. 파시지안과 김택상은 지리적, 문화적 차이 및 언어 장벽에도 불구하고 공통적으로 예술적 실천과 관람 과정에서의 촉각적 경험에 깊이 몰두해왔다. 또한 자연적 속성, 근원적 공간, 시간 속 찰나 등 명확히 표현하기 어려운 경험을 전달하는 측면에서 두 작가의 작품은 비정형적인 연결점을 공유한다.
《Reflections and Refractions》에 포함된 회화와 조각 작업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친숙하면서도 신비로운 대상을 마주하게 하고, 문화적 경계나 사회적 규범을 초월한 상호 작용의 가능성을 선사한다. 시공간을 가로질러 두 작가를 연결하는 이번 전시는 빛으로 흠뻑 물들고 환경이 무한히 확장하는 일종의 교차 문화적 유토피아의 모습을 제시한다.
헬렌 파시지안은 196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미니멀리즘의 하위 예술 운동으로 발전한 빛과 공간 운동(Light and Space movement)의 선구자로, 대기 및 천상의 요소가 지닌 미학과 인식의 관계를 탐구한다. 에폭시, 플라스틱, 레진 등의 산업 재료를 혁신적으로 응용한 파시지안의 작품은 반투명한 표면이 빛을 여과하는 동시에 머금은 것처럼 보이는 점이 특징이다. 작가는 작품을 한 번에 모든 것을 드러내지 않는 공간 속 ‘실재(presence)’로 여긴다. 관람자는 변화를 관찰하기 위해 조각 주위를 맴돌며 지속적인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대표적인 <구 Spheres> 연작을 선보인다. 내부에 독특한 형태가 부유하는 밝게 채색된 구형 조각에 빛이 스며들면 빛과 반사면, 내부에 주조된 형태 간 상호 작용으로 왜곡, 환영, 굴절, 프리즘이 발생한다. 그 결과 조각들은 가까이 다가오는 동시에 물러나고, 나타났다 사라지며, 접근했다가 다시 멀어지는듯 보인다.
《Reflections and Refractions》는 캐스트 에폭시로 제작한 파시지안의 벽면 설치 작업도 포함한다. 희미하게 새어 나온 빛 혹은 반사된 카메라 플래시를 연상시키는 각 작품 속 형상은 나머지 어두운 반사면과의 대비로 더욱 뚜렷하게 빛난다. 작품은 빛이 물에 입사할 때 나타나는 시각적 효과에 대한 작가의 지각 방식을 보여주며, 빛과 물이 닿는 공간 속 지점과 쉽게 포착할 수 없는 순간을 시각화한다. 캘리포니아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작가에게 어릴 적 조수 웅덩이에 반사되는 빛을 바라본 기억은 강렬하게 각인되었다. “표면과 그 아래에 있는 것, 그리고 그보다 더 깊이 있는 것. 그것이 내가 가장 관심을 두는 부분이다."
한국 포스트 단색화의 주요 작가로 주목받는 김택상의 다색화는 그 자체로 독자적인 환경을 구축한다. 파시지안의 작품처럼 김택상의 <숨빛 Breathing Light> 연작 또한 물의 반사적 요소와 그에 따른 빛의 특성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본 전시는 물과 빛을 머금은 듯한 캔버스가 특징적인 작가의 신작을 다수 포함한다. 김택상의 반투명한 회화 작업은 회화의 전통적 요소인 형식, 묘사, 서사 대신 여러 계조의 색으로 평면을 가득 채운다. 작가는 그의 작업을 고도의 의도성과 일회적인 우연성에 기반한 물, 빛, 시간 등의 자연 요소로 축조한 공간적 구조로 인식한다.
김택상의 작업은 우연성과 의도성 간의 긴장을 모방 및 창조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작가는 아크릴 안료를 풀어 녹인 용액을 캔버스 천 위에 가득 붓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희석된 입자가 캔버스 표면 위로 가라앉기를 기다린다. 색을 흡수한 캔버스에 하나의 색층이 쌓이면 그는 남은 물을 빼내어 캔버스를 건조시킨다. 작가는 캔버스 표면이 ‘빛이 숨 쉬는’ 단계에 이르기까지 같은 과정을 수십 수백 번 반복한다. 그 과정에서 덧대어지는 여러 겹의 층위는 서로를 드러내는 동시에 희미해진다. 김택상은 작업에 관여하지만 캔버스 위에서 자연의 작용 과정이 이끄는 여러 가능성 또한 열어둔다. <Resonance- 23-1>(2023)에서 밝은 분홍과 맑은 파란색이 교차하는 지점은 보랏빛과 붉은 색조의 밀도 높은 산발적 순간들을 형성하고, 평면에 강한 질감과 촉각성을 부여한다. 한편 <Aurora-23-N1>(2023)은 미묘한 푸른색과 녹색이 어느 층위에서 충돌하고 균일하게 결합하면서 표면 가득 잔물결이 이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이와 같은 중층화된 유사 색상의 대비는 회화에 생동하는 기운과 깊이감, 동적 감각을 선사한다.
김택상은 “헬렌 파시지안과 나는 빛을 주요 관심사로 다루지만, 빛 자체를 그리거나 조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담아내고 생성 및 발산하는 구조를 구현해낸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설명하며 파시지안과의 예술적 접점과 영감을 언급한다. “우리 모두 물감 등의 기존 재료만으로는 빛을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일찍이 간파했고, 따라서 빛의 본질을 포착하는 과정에 더욱 깊이 몰두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Reflections and Refractions》는 물질적, 개념적 측면에서 서구의 빛과 공간 운동과 동양의 포스트 단색화 운동의 뚜렷한 교집합을 조명한다. 파시지안과 김택상 모두 회절, 굴절, 산란과 같은 빛의 속성에 대한 깊은 이해를 공간적 오브제와 환경으로 변환하는 고유한 능력을 제시해왔다. 이들의 작품은 전시 공간을 상호 소통적인 시적 경험의 공간, 즉 빛이 경계를 가로지르고 시공간과 문화의 경계를 횡단하여 관람자를 연결하는 공간으로 전환시킨다.
Media Inquires
Sarah Levine, Global Director of Marketing & Communications
slevine@lehmannmaupin.com
Alejandro Jassan, Associate Director of Press Relations
alejandro@lehmannmaupin.com
Emma Son, Senior Director, Lehmann Maupin Seoul
emma@lehmannmaup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