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만머핀 서울에서 안젤오테로(Angel Otero)의 《달의 표면 Piel de Luna》展을 개최한다. 본 전시는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의 한국 최초 개인전으로, 대형 스케일의 신작 회화, 종이 위의 꼴라주, 그리고 오일페인트를 재료로 하여 태피스트리(tapestry)처럼 벽에 직접 거는 방식으로 설치되는 작품을 소개한다. 오테로는 회화의 역사에 근간을 두고 추상의 전통에 전념하지만, 혁신적인 작업방식을 통해 이를 재맥락화 한다. 풍부한 질감의 회화 작업은 작가가 미술사적 주제를 다루는 동시에 그의 개인사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여 나타난 기억에 대한 탐구이다. 실험적인 기법과 물리적으로 관여하는 제작 과정을 통해 작가는 재료의 경계를 확장시키고 유화의 고유한 특성에서 영감을 얻는다. 작가가 참석하는 오프닝 리셉션은 11월 1일 목요일,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리만머핀 서울에서 진행된다.
오테로는 커다란 유리판 위에 두꺼운 오일페인트를 사용하여 다양한 레퍼런스 이미지를 그리는 것으로 작업을 시작한다. 페인트가 거의 다 마를 때쯤 작가는 유리표면에서 오일 스킨을 긁어내는데, 이러한 제거의 과정을 통해 그는 이미지를 추상화한다. 그런 다음 그는 이 스킨을 조각내어 자르고, 원래 이미지를 유추할 수 있는 힌트를 담아 꼴라주 하는데, 이는 새롭고 더 복잡한 층위의 추상적 구성이다. 수년간 재료의 구조적 경향과 상호작용을 면밀하게 관찰하여 작가는 구상화와 추상화의 두 장르를 융합하고자 하는 노력과 물성에 바탕을 두어 작가 만의 작업과정과 화풍을 구축하였다. 각 작품의 기본이 되는 레퍼런스 이미지는 리서치, 개인적인 기억과 소지품, 역사적인 화가들이 사용했던 방식이나 색상에서 비롯된다. 그는 페인팅, 드로잉, 판화의 독특한 제작과정을 통해 다양한 레퍼런스를 소화해내고, 원래의 이미지로부터 시각적으로 독립된 작품을 만들어낸다.
최근 오테로는 소품 꼴라주 작업 외에 캔버스로부터 페인트를 떼어낸 커다란 스케일의 오일 스킨을 벽에 직접적으로 거는 작업을 선보였다. 이 시리즈는 페인트와 색, 선 그리고 형태를 탐구하는 복잡한 구성요소로써, 잘리거나 꼴라주 되어 사용된 오일 스킨의 잔해로 만들어졌다. 오테로는 벽에 걸리는 커다란 행잉 꼴라주 작업에서 이 파편들을 마치 붓자국처럼 활용하여 이 전 작품보다 좀 더 조각적인 형태를 만들었다.
<Piel de Luna>(2018)와 같이 이번 전시를 위하여 제작한 여러 점의 신작 중 일부에서 윌렘 드 쿠닝(Willem de Kooning)과 잭슨 폴록(Jackson Pollock)과 같은 추상 표현주의 작가들의 표현과 색상을 참고한 흔적들이 드러난다. 오테로는 여백을 삽입하거나 겹치는 행위를 통해 레퍼런스 이미지를 지워서 전후세대 작가들의 영향을 재해석 했는데, 그는 이 시대의 이미지를 간직하여 과거에 뿌리를 두되, 완전히 새로운 시각언어를 만들었다. 오테로가 현대미술에서 추상화의 장르를 확장해 나가는 방식은 추상과 표현 사이의 변환을 탐구하는 것과, 작품의 최종 구성요소로 유화라는 재료적 물성을 허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오일페인트 그 자체는 우연에 대한 개념이자, 변형 그리고 심미적인 언어로써 중요한 개념적 요소로 동원되며, 시각화되었던 이미지와 주제는 재료에 의해 형성된 과거의 파편이자 일부가 된다.